관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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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도착했다. 황색 테이프로 꼼꼼히 둘러싼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를 열어보니 생굴이 한가득하였다. 통영이 고향인 직장 후배의 모친께서 보내신 것이었다. 나는 후배에게 곧바로 전화하였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대고 설 연휴 거리 두기 2.5단계 연장에 5인 이상 집합금지인데, 더군다나 5만 원 이상이면 김영란법 위반인데, "너 인마, 평소 나에 대한 불만에 복수하는 거냐?"고 뇌까렸지만 한편, 고맙고 평소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선배로서 형으로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내에게 대신 챙겨봐달라며 어설픈 부탁 한마디 툭 내던지고 현관문 열고 돌아서는데 복도 중간에 달린 미닫이 창 너머로 통영에서 불어온 비릿한 살냄새가 기웃기웃하고 벌써 집마다 굴전 부치는 고소한 콩기름 냄새가 문틈 사이로 기어 나와 코끝을 간지럽히며 온몸을 타고 스멀스멀 기어 다니고 있었다.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상큼한 굴향기가 여기까지 풍기는 것 같습니다
깊고 비릿한 바다냄새 저도 통영 멸치를 손질하며 실컷 맡았네요
직접 말하기는 쑥스러운 사람 사는 정이 시에 가득합니다
따스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올 설 연휴에는 못내 미안한 마음에 저도 부엌살이 좀 해야겠습니다.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안한 밤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