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좋은 집에 산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352회 작성일 21-02-12 20:44본문
아내는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상만 노래서 미리 떼어 접어 두었던
두루마리 휴지 대여섯 칸을 쥐고 나왔으나
나는 반쯤 읽다 들고 간 스마트 폰 기사를 다 읽지 못하고 나왔다
삼년 전 주식으로 집을 날린 처남의 얼굴은 삼년 째 북향인데
원래도 집이 없었던 나는 내 소유의 그늘 한 평 없이도
철새처럼 죽어라고 남향이다.
층간 소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여, 친구는 수면제를 먹는다는데
방음이 원체 잘 되어, 나는 돌아누운 아내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친구는 이십년 째 혈압약을 먹고 있다는데
내 혈압은 이십년 째 맨 살에 달라붙어서 계속 부푸는 커퍼처럼 조여오는
나날의 압착에도 악착 같이 정상이다.
늘 우풍에 시달려서 방안에서도 텐트를 치고 잔다고들 하는데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냉수를 마시곤 한다.
통풍이 잘 되지 않아 곰팡이와 습기가 많이 찬다는데
트림, 방귀, 하품, 재채기,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리기,
나오면 민망하고, 머물면 병인 것들이 체면도 없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시입니다.
사소한 생활을 적은 거지만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마법,
그게 시지요.
그런데 시에 출연하신 분들, 출연료는 얼마인지요.
그렇다고 제가 시청료를 드릴 수도 없고.
시청료 대신 공감을 드리니 받아주시길요.
홍시님의 댓글
홍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지만 남에게 싫다는 표현을 잘 못 하셨을 테고
그렇다 보니 속앓이는 제법 하셨을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걸어가다 보면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참 많았을 테고
반대로 걸어온 지난날을 복기하듯 되돌아 걷다 보면 새소리 가득한 오솔길을 걷게 되겠지요.
저도 이제야 미련하게도 인생길이 조금 보이네요.
동질감이라고 해야 될까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시님! 감사합니다. 제가 정초부터 좀 열 받아서리..ㅎㅎ
새소리 가득한 오솔길을 덕분에 걷겠습니다.
세상의 극단적인 모순들은 사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극단의 괄호 안에 있는 좋은 답들이 더 많을 것인데
건강해서 다행이라는 말을 이 졸시에 담았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화 수익금이 없는 관계로, 상습 임금체불 입니다.
설에 가장 듣게 되는 덕담 같은 것,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
자꾸 소소한 자위 같은 것을 하게 됩니다.
건강하면 된다. 니 마음 편하면 되는거지,
니 좋으면 된다. 돈 없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서로 똑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되풀이 하게 되는
명절표 위로사 같은 시를 쓰기 시작하는 걸 보면
저도 늙었나봅니다.
칠십이 다 되어 이혼 당한(요즘은 졸혼이라는 말로
거의 장려를 하다시피 하더만) 외삼촌께서 외숙모와 함께 사는
아들이 집에 비밀번호를 바꾸어 버렸다고 눈물이
글썽글썽하더군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주유소에 취직해서
평생 친구하나 사귀지 않고 가족 벌어먹여 살리느라
뼈가 빠지게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왜 자신의 인생이 그리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외숙모가 자꾸 외삼촌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바꾸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울먹이시더군요. 참...세상이...
졸혼은 또 뭡니까? 미디어에서 무슨 의도로 한 때 유행하다
사라지는 저런 관종어를 개발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서로 자식이라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제서야
서로 여유를 가지고,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할 나이가 되었는데
졸혼이라니, 그 순간엔 속이 후련해질런지 모르지만
그 후의 홀로 삶은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요? 자식일까요?
사회일까요? 이혼이라는 현상보다 졸혼이라는 의도가
더 경솔하고 무책임 한 것 같습니다. 괜히 정초부터
열 받네요. 우리 외삼촌 진짜 일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오면
외숙모 기분 맞춘다고, 밥 앉히고 설겆이 하고, 빨래하고
도대체 늙으나 젊으나 여자나 남자나, 정말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홍시님의 댓글
홍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자고 껍데기만 바라보며 썩은 동아줄인 줄도 모르고
놓으면 죽는 줄만 알고 꽉 잡고 살고 있으니 이런 어처구니가 되었지요.
사방이 오로지 돈타령이니까,
부모가 아무리 개차반 같다고 해도 돈만 있어 봐요, 존경받은 아버지가 될 테니까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요즘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마음 심자를 요즘 사람들은 은연중에 잊고 살아가나 봅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자고 껍데기만 바라보며,..일연의 일행과 이행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마음 心, 사람도 잊고 사는데 사람 안에 있는 마음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밤 지나 좋은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1활연1님의 댓글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머잖아 시집에서 이 분 시를 읽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