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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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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회 작성일 21-02-15 01:31

본문

소녀



작은 들판에 축제가 열렸다. 나는 황금풍뎅이랑 조약돌들이랑 미나리꽃이랑 그밖에 자잘하게 들판에서 죽어가는 것들을 모아 노래를 불렀다. 따슨 바람이 모이고 시취를 닮은 노란 불빛이 들판에 번져나갔다. 


불빛의 조용한 몸부림은 낮은 허공에 머물고 오후의 시끄런 침묵은 슬그머니 위로 미끄러져 올라갔다. 우리는 들판에 누워있는 소녀의 몸을 가지고 축제를 벌이는 중이었다. 이미 몸의 한 귀퉁이가 청록빛으로 부풀어오르는 이 비취의 을 구겨진 동백나무 껍질을 빗줄기로 두드릴 때 울려퍼지는 느른한 파도가 여는 것이었다. 흰 빛의 상처가 몸 전체로 번져나간 배롱나무 가지 아래 어쩐지 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운 동백꽃 모가지가 예리한 황홀로 잘려나간 소녀를 이국의 언어로 달콤한 그녀의 혀를 투명하게 씻어주고 싶어졌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을 새하얀 이마 위로 자꾸만 쓸어올려주고 싶어졌다. 


풍뎅이도 미나리꽃이랑 조약돌들도 나도 소녀의 몸 안 거울에 비치는 서로를 비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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