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없는 앎 > 창작시의 향기

알수없는 앎

      활연




  오래전 개켜둔 그림자를 입었다
  오래전 묵혀둔 그림자를 신었다

  그림자를 들춰 갱 속으로 들어갔다 살갗과 표정과 인간을 벗은 그림자의 신생을 헌옷의 과거를 둘러썼다

  저물녘이면
  서랍으로 포개지던 해안선이
  포락을 견디는 갯돌의
  내지에서 살았다

  요의가 지루한 문장을 끊어냈다 오래 지렸으므로 어느 날의 꽈리가 아팠다

  전생을 기워 입으며
  느리게 쌓인 켜

  배후였으나 어둡기만 하였던 먼 생의 해거름녘엔 그림자를 구웠던 저녁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멱을 부드럽게 죄는 불타는 그림자 속으로 육체의 희미한 바깥이 어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