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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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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5회 작성일 21-03-05 07:35

본문

 

이 길을 걸을 수 없다

땅 밑 어둠 속으로 지금은

검은 폐수가 부끄럽게 흐르는

내 유년의 유적지

신호등은 푸른 눈동자를 깜빡이며

빨리 건너가라고 재촉하고

나는 추억을 가로지르지 못한다

봄날의 눈부신 수양버들과

소쿠리로 잡았던 송사리들

빨래터 바람과 버들피리소리를

난폭하게 밟을 수 없다

물은 오늘도 흐르고 있겠지만

밀폐된 시간의 악취를

통행자들은 애도하지 않는다

어쩌다 태양과 별들이

사람들의 건망증을 서운해 한다

일장춘몽이었다 하더라도

기억의 고향은 소중한 곳

허전하여 그냥 지나갈 수가 없다

여기 우리의 과거가 파묻혀 신음하다

이렇게 추모비라도 하나 세울까

버드나무 십자가를 만들어 꽂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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