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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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 무더기인 돌 하르망이 오백이나
되는 아들들 죽을 끓여주느라 커다란 솥 속으로 몸을 들이밀다 그만
죽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아들들은 제 어머니가 죽은 줄도 모르고 서로 다퉈 죽을 퍼먹으며
맛있다 맛있다 소리쳤다 한다. 나중에야 곤죽된 제 어머니를 먹은 줄 안 아들들이 피눈물을 흘리다가 거대한
바위들이 되어 석양 안에 서 있다. 내가 그 바위들 틈에 가 선 것은 지난 삼월 초였다. 그때까지는 봉굿 달아오른 항아리의 곡선이 뜨겁다고 생각하다가,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동안 유채꽃을 호랑나비를 분지와 거대하게 눕혀진 억새밭과 바위굴과 해골을 만났다. 그것들은
투명한 유리벽 안에 갇혀 있거나 혹은 유리벽을 향해 쾅 쾅 몸을 부딪고 있어서 나는 늘 혼자였던 그 외로운 43 (사삼)의 벌판을 느낄 수 있었다. 총탄이 지나가던 돌
하르망은 높이 3미터가 넘는 거대한 돌 배였다. 그것은 탑으로도 못 쓸 만큼 널찍하고 차가왔다. 작은 쥐와 뱀 한 마리와 기괴한 용암이 교목으로 굳었다. 몸이 청록빛으로 부풀어오른 여자아이 하나가 산굼부리를 두 손으로 낑낑 굴리며 이편으로 다가왔다. 습지에
짓무른 억새들이 한 방향으로 스스스 흐느끼며 눕고 있었다. 구리 동전처럼 한 면이 다른 한 면을 노려보는, 자세히 보니 억새들은 눈꺼풀 사이에 붉은 기둥 세개를 수평으로 걸치고 잠자는 중이었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돌하르망이라///
부러 창조하신 말씀인 듯
돌할망도 돌하르방도 아닌
하르망이라...
외돌괴가 바당을 품은면
개로도 읽습니다만...
아무튼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돌문화박물관에 갔더니 돌 하르망과 오백장군 신화가 새겨져있더군요.
제가 만든 단어가 아니라 그렇게 비석에 새겨져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위 시에서는 돌 할망하고 짧게 발음하는 것보다 길게 발음하는 하르망이 더 맞는 것 같아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피플멘66님의 댓글

돌트멍 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제주 돌문화 박물관에서
스케일이 대단한 돌 조각들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문화와는 인연 없다고 생각해온,
이집트나 모아이섬 거석문화같은 것이 거기 있더군요.
그 신화에 대해 써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