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돌담 안으로 훔쳐본 동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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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9회 작성일 21-03-17 00:26본문
검은 그림자 습지에서 놓여나오다가 검은
바위덩어리를 쌓아올린 담을 만났다. 짙은 녹음 쌓아올려 형체와 소리를 만든
그런 담.
향기를 피워올리는 초봄, 허물어진 것도 허물어지지 않은 것도 아닌
그런 담 위로 하늘이 높았다. 족도리풀들 지친 연못 위로
가파른 계단들이 날아갔다. 피어있는 것도 져버린 것도
아닌 동백꽃을 그 담 안에서야 제대로 보았다. 뼈가 아롱이는 연록빛
지붕 그늘에 갈앉는 유채꽃
그것은 피어버린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아닌 날
단단히 닮은, 피어가는 것도
흘러가 스러져버리는 것도 아닌 초봄, 동백꽃은 스러지기 쉽고 한낮은 황홀하고 매끄러운 햇빛은 멀리
보이는 텅 빈 마루 위에서 뒹굴던 내 유년 시절 진홍빛 사루비아꽃 꽃대 가만히
흔들어대던,
초봄은 늘 혼자 찾아와 초봄은
늘 가장 먼저 죽던. 따슨 흙 속에 쇠똥구리 누이
손가락뼈와 함께 묻히던.
댓글목록
1활연1님의 댓글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송찬호 동백은 저리가라 식으로 쓰신 듯합니다.
시와는 이미 친밀하신 분이라
가만히 묵독하고 갑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제가 가진 시에 대한 관념을 하나하나 뒤엎어버리려고 하는데
참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