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울고 꽃 피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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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가 울고 꽃 피는 아침
왜 일찍 잠이 깼냐고?
새들이 창밖에
알람처럼 날아와 소리쳤지
나무가 이목구비가 없어서
계절을 투관(透關)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해가 나무속 꽃의 거울을 봄날에 깨뜨렸다고
산수유 가지마다 껍질을 뚫고 꽃이 피었네
나무와 꽃은 다른 무리의 군중(群衆)을 알아보지
나무가 점잖게 침묵으로 가만히 서있는데
저 수많은 노란색깔의 꽃이 하늘에서 날아와
가지마다 붙은 것은 아니지
꽃은 나무를 투관(透關)하고 독립된 눈으로 피어나고 있네
허공에 심사숙고한 과실을 달아야 하니까
꽃은 나무의 나이테 속을 물관 타고 걸어 올라가
햇빛과 바람이 가장 잘 통기하는 곳으로 향하지
그때 처음 나무를 통해 외계의 태양에 눈 뜨면
꽃들도 화려한 군중이 되는 거야
봄에 부활하는 군중, 숲을 빼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자연 속의 꽃과 새들이 다 그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
굳이 자연문명과 물질문명을 선택해야 할 때가 도래한다면
나는 나무나, 새나, 꽃처럼 그럴 것이다
댓글목록
탄무誕无님의 댓글

가리키는 뜻에 있어서 시가 좋습니다.
당연한 사실을 때깔 난 언어로 맛있게 꾸몄네요.
'저는 당연한 사실에 감동받을 줄 압니다.'
1, 2연에서 빠져들었습니다.
이목구비 없어도 볼 줄 모르는 건 아니지요.
속삭이는 언어가 인간과는 다르다는 것이겠지요.
인간과 다른 언어는 천지(모든 만물)에 삐까리~~~
알람 좋고, 투관 좋고, 군중을 알아보지, 좋습니다.
"다 그들을 따라갈 필요는 없지"에서,,,.,,,
새삼스럽게 새로운 데가 있어 여러 영감 받았습니다.
참 잘했어요.
잘 읽었습니다.
땡큐요~~~
泉水님의 댓글

잘 읽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초고도 문명사회로 진입이 머지 않았다 여겨집니다.
과학과 물질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수명을 늘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물질이나 가상의 체험이 실존처럼 시스템화 되는
역학적인 공간에 정신이 예속되지 않으려면
그 인간 마음의 중심은 본향인 자연에 늘 닿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야망가들의 지배욕이 분출하는 문명사회는 사람마다 그렇게
순수하고 희망적으로만 흘러가지만은 않겠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탄무님의 야단법설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야 설이 되지요
저도 배움을 얻고 옳으신 말씀이니 늘 되새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