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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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39회 작성일 21-03-23 19:34본문
쓰지 않는 말
꽃은 피었는데 불러주어야 할
꽃 이름이 없다
흐르는 물빛이 너무 좋아 서둘러
이름을 만들고 물가에 서서 다시 그
물 이름을 불러보지만
이미 아슬하게 먼 눈부신 출렁임
눈매 환한 이 조차 이른 여름 아침
나팔꽃이라 입술 흐리고 지나치지만
결코 스스로는 메꽃이라
나서지 않는
모두가 둘러앉아도 아무도
쓰지 않는 말이 있다
안 쓰는 허락이 있다
늦은 봄
흩날리는 연홍의 꽃향기가
생전 처음 같아
쥐었던 손 가만히
쓰지 않는 말위에 풀어놓는다
제 이름을 묻던
어느 늦봄의 꽃 한 송이
이름 없이 지고 있다
온들 가득히 초여름 꽃들 귀를 붉힌다
댓글목록
1활연1님의 댓글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
시를 참 잘 쓰십니다.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대략 오만 겁 수련을 하신 듯.
종이비누님의 댓글의 댓글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활연님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꿈틀거려 보아도 껍질이 벗겨지지 않는
누에 같은 시간들 입니다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