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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12회 작성일 21-03-26 09:44

본문

/ 백록 




우주 속 나는 그야말로 점 하나일 것이다

조선의 대왕도 개중 하나

 

그 하나가 점 하나를 꾹 찍으면서 지난날의 기억을 더듬었을 터

기럭기럭 울며불며 날아가던 철새들의 무늬를 떠올렸을 터

동녘에서 시작한 운필은 서녘의 끄트머리에서 행적을 감추며 멈칫거리다

마침내 아래를 향했겠지

마치, 초릿대로 낚싯줄 드리운 것처럼

이윽고, 뒤집으며 구부리며 덧붙이며 이리저리 엮으며

내리 열일곱 점의 그림을 그렸겠지

정음正音의 자태로

 

하늘이 내린 열하나의 모음들을 품은 너는

비록, 처음의 자음이라지만

저 홀로는 온전치 못한

땅의 닿소리라며

 

그런 까닭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쩌다 나를 닳은 아래아를 잃어버린

나는 지금, 그 ㄱ의 감정을

기억이라 읽는다

 

 

 

 

 

 

댓글목록

희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희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ㄱ 의 시제로 이렇게 일필휘지로 밀어붙이는
솜씨는 대단하십니다

이런 힘이 늘 부럽다는 것입니다.

제주는 꽃비가 한창이겟습니다. 김태운 시인님
결고운 시편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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