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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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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85회 작성일 21-03-26 10:25

본문

뒷모습 






장서방 고마워, 보내준 수술비 잘 썼네.

아내의 오빠는 이 말을 남긴 한 달 뒤에 하늘로 갔다.

그 때 승주군 풍치마을 선산 노을을 바라보던 그의 뒷모습과 함께.

공중목욕탕 샤워기 물을 맞으며 고개 숙인 채 우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점심을 먹으러 가며 짤막한 마디의 말만 나누고 가버린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뒷모습. 


행복은 변덕스럽기만 하고

슬픔은 앙드레 가뇽의 음악처럼 귀를 간질이며 스며들고

사랑은 절벽 끝에 선 위험한 자작나무 같다.


앞모습은 때때로 거짓말을 구차히 늘어놓지만

뒷모습은 도저히 거짓말을 할 수 없다.


걷다가

익숙한 뒷모습을 만났을 때

아주 잠깐 진심이었다가

이내 돌아선 앞모습에겐 마음에도 있지 않은 풍선 같은 말을 했다.

금방 터져버릴 말.


언젠가 

나의 길 가는 뒷모습을 본 그대,

행여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내게 던져진 건

바람의 일생, 나를 


호명하던, 

자작나무 우듬지에 걸터앉은 바람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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