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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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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95회 작성일 21-03-27 10:41

본문

불신不信 / 백록

 

 


뿌리는 깊었으되 애초의 씨앗부터 온전치 못했을 터

싹수가 노랗더니 그 흔적마저 싹 사그라져버렸다

뿌리는 어디로 묻혔는지조차 모를 지경

 

말 많은 인간들

저가 마치 신인 양

저만 믿으란다

 

도무지 믿지 못할 썩을 놈의 악다구니들

이참에 그 혀뿌리부터 송두리째 뽑아버리거나

비릿한 혓바닥을 몽땅 뭉개버려야 한다

여의치 못하면

새별오름의 들불처럼 정월 대보름을 빌어 활활 태워버려야 한다

온누리를 환히 화안和顔으로 비추는 불의 신을 빌어서라도

멀리 헤파이스토스의 신화를 불러서라도

이 땅의 동서남북을 가르는 벽들을

죄다 허물어야한다

 

그리하여

 

억겁의 칼바람 켜켜이 품은 은빛 날갯짓으로

파란만장의 저항 같은 이 섬을 보살피며

얽히고설킨 속내의 억센 언어로 몸부림치는

새 억새꽃 만나야 한다

이맘때쯤이면 어느새

초록 초록거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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