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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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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7회 작성일 21-04-14 15:25

본문

모처럼 / 백록

 

 

간만에 한라산 품속에 맡겨둔 내 어린 자식들을 만나려면

일단, 곳곳 각시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녀들에게 무조건 굽실거려야 하는데

 

한동안 철없는 가시내처럼 살던 가시낭의 성질머리들

하나같이 원한을 품은 가시의 표정이다

둘도 없는 각시의 감정이다

 

그 첫째 이름은 누가 뭐래도 귓가시낭이지만

다음부터는 서로 서열을 무시했는지

앞다투며 무지막지하게 패대기는 나무의 행색으로

머리를 풀어헤친 초록의 행간으로 마구 덤벼든다

여기저기 가시 돋친 생각들

찔레며 두릅이며 소앵이며 등등

이름조차 까먹어버린 정체들

한 번 붙잡으면 막무가내

쉬이 놓아주질 않는데

 

나는 오늘 모처럼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강지처와 산자락을 헤매며

어디선가 꼼지락거리는 아기고사리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는데

 

오늘 모처럼 나는

이 각시 저 각시에게 붙들려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아내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가시덤불 속에서 끙끙 신음 중이고

 

모처럼 나는 오늘

날도 좋아 바람피우기 딱 좋은 날이다

늘그막에 각시 타령과 새끼 타령에 여념이 없으니

 

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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