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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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7회 작성일 21-04-16 11:33본문
아버지의 지게
목산
아버지의 지게는 언제나 칙 깐 달린 헛간에 서있었고
아버지는 밤잠도 없으셨는지 호롱불도 켜지 않으시고
첫닭 우는 새벽댓잎파리 스친 바람소리에
헛기침을 몇 번씩 하시면서 일찍도 일어나셨다.
어제해질녘 퍼놓은 똥 장군을 짊어지시고
개똥벌레반딧불반짝이는 구릿빛얼굴에 지게 받치는
작대기를 짚고 논밭에 저린 달빛 밟고나가셨다 오시면
동이 튼 이른 아침 진수성찬 아닌 무밥한술 시래기 국
간장새우젓에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묵묵 무 답으로
마루에서 받으셨던 아버지는 밥그릇을 비우시자마자
물 한 대접 울컥울컥 마시고 주먹밥점심 한 덩어리와
대나무갈퀴와 기억 자 낫을 얹어 잔등에 지게 걸치시고
발걸음그림자 재촉하듯 머 언 산으로 나무하려가셨다
젖배 곯던 보릿고개시절땔감이 없어 풀뿌리가 나올 때
까지 굵어 산림계직원이 무서워 솔가지위에마른풀나무
올려 오셨던 바지게 속에는 머루 다래도 있어서
달빛서린 고샅길샛별 서녘에 걸려있어도
아버지오시기만 손곱아기다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물오른 소나무가지를 두어 뼘 정도 잘라 온 것을
부엌칼로 껍질 살짝 벗기면 하얀 속살이 생키라며
그것을 벗겨 먹고 핥아먹고 호롱불아래 잠이 들었던
그때에는 그것도 간식걸이라고 좋아했던 코 흘리게
어린나이에 먹을 것 입을 것 넉넉하지는 않았었지만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과 몸 섞고
초가집에서 오손도손 살 부비며 살았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했었고 다행스러웠던가생각하니 애틋한
삶의 그리움 나이 먹다보니 이제야 철들었나보다.
무수한세월은 밤낮을 잡아끌고 강물처럼 흘러서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나이보다 더 살다보니
그윽한 국화꽃향기 들녘논배미개구리울음소리 들려오듯
아버지 빈 지게 밟혀 주름진 얼굴에 눈물 고요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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