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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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 백록
April Fools’ Day
4월은 거짓말로부터 시작되었다며
이 바보 같은 날에 나는 고등어 한 마리를 굽고 술을 마신다
내 안의 나를 벗삼아
홀짝홀짝
그럭저럭
하루살이 같은 하루를 보태어 하루를 더 보내면
정말의 무자년이 한라산 고사리처럼 꼼지락거리더라
그럭저럭
백이 숙제처럼 근근이 하루를 더 연명하면
청명한 하늘로 마가 끼더라
그럭저럭
곶자왈 지네처럼 열흘 남짓 꿈틀거리다 보면
노란 싹들의 세월이 한바당 누런 싹수로 비치고
곡우의 기슭으로 한바탕 혁명의 함성이
일흔을 향한 이명을 들쑤시더라
그럭저럭
술 한 병 비울 때쯤이면
울컥한 死의 찬미가 쓰린 속을 울렁이더라
가시에 찔린 심장의 후렴구로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며
그나저나
이왕에 지나간 4월은 몽땅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날마다 꽃만 피우다 간 세월이면 좋겠다
엘리엇의 황무지, 그 첫 구절이면 더욱 좋겠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이윽고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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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운님의 댓글

임대 / 백록
입춘대길의 도시에
초승달인 듯, 그믐달인 듯
세월의 문의인 양
허기의 무늬인 양
오매불망 태공의 낚시처럼 드리운 간판 아래
헐값으로 내걸린 너는 과연
누구를 유혹하는 것이냐
새 임을 만나고 싶은 거냐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