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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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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82회 작성일 21-04-18 23:54

본문

수몰지구에서 




물 아래 도시가 잠겨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시퍼렇게 넘싯거리는 물 바라보며 

익사체 되어 떠내려가는 누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칡넝쿨이 먼 데서 호흡하는 소리

들려왔습니다. 

나는 보트를 저어 거대하게 자전하는 은하수 한가운데로 나아갔습니다.  


누이는 작은 돌들을 위태롭게 쌓아올린 

탑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누이는 하반신을 벌거벗어서  

깊은 물 아래 어느 정원이 갈앉아 있고 

거기에서 복숭아 꽃잎 하나 떠올라 왔습니다. 

포도나무 넝쿨에는  

청록빛 향기와 함께

꿈꾸는 구더기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수면 위로 떠올라오는 꽃잎들이 하나 둘 늘어갔습니다.

에메랄드로 얼굴을 덮은 

자잘한 별빛들은 나처럼

질식하고 있었습니다. 

  

느른하게 퍼져나가는 바람이 

저 청록빛 수심 깊이 잠긴 황금빛 종소리를

황홀하게 건드리는 소리 

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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