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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의 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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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9회 작성일 21-04-19 10:25

본문

곡우穀雨의 기슭 / 백록

 

 


청명淸明이 허겁지겁 여름을 향하고 있다

염병할 코로나의 개지랄도 부족한 듯 자욱한 안개와 퀘퀘한 미세먼지와 황사가 번갈아 가며 번뇌를 부추기는 가운데

 

새벽의 흐릿한 주변머리로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 얼씬거린다

사각사각

이윽고 헛늙은 정신머리로 가래 끓는 환청幻聽의 몰골이 비친다

구렁구렁

 

옳지, 이때다 싶은 나는

기약 없는 구속 같은 마스크를 벗어 던진 나는 어느덧

동면에서 깬 구렁이가 되어 산자락을 헤매고 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간만에 혓바닥 날름거리며 가시자왈을 더듬고 있다

이 섬의 허기 같은 전생의 초상들

고사리를 찾고 있다

 

축 늘어진 모가지를 조아리며

납작 엎드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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