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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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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15회 작성일 21-04-22 08:43

본문

바람의 골목


 정민기



 잔뜩 들떠서 거들먹거리며 바람이 불어온다
 골목길 입구를 막으며 떡하니 서 있더니
 겸손한 척, 불어온 방향을 다시 돌아다본다
 너덜너덜한 옷은 볼품없어도 먹은 것은 많아서
 빵빵한 배는 언제라도 금방 터질 수 있다
 신발만 수없이 늘어진 다리를 걷고 걸어
 어느 강가에 다다르자마자 햇살을 휘감고
 신이 난 얼굴로 골목을 향해서 불어간다
 빈 병처럼 속이 텅텅 비어 있는 사랑
 웃음은 봄의 옷자락에 슬며시 파고든다
 골목 앞에서 가로등 불빛처럼 기다리는 사람
 햇살 내리는 길은 한결같이 등을 내밀고 있다
 안개가 걷히듯 바람도 굴복하는 날이 있겠지
 봄눈 녹듯 으스러지는 마음을 잠시라도
 보듬고 있으면 이내 불어와 난장판을 만든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마음 어느 골목으로
 은신처를 찾아 들어갔는지 알 길 없다
 바람개비는 바람을 태우고 빙글빙글
 추억의 골목길로 돌아가는 듯 그렇게 돈다
 잠시 두 눈 감았다 뜨면 정적이 느껴지다가도
 또다시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흥얼거린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봄 바람을 흙 주물러 빚어내는
봄날의 남도 골목길!
누구라도 아니 반겨주랴
이호후 선생님의 시조처럼
가슴 찡하게 합니다.

책벌레 시인님!

책벌레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혹시 이호우 시조시인 아니신지요.
이호우 시조시인님 말고
이호후 시조시인님이 계실까!
검색해봐도 역시 안 나오네요.
오타인 것이죠?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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