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녀간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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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523회 작성일 21-04-29 20:04본문
나를 다녀간 이름들
숲속 공원의 메타세콰이어 아래서
한평생이 그새 또 지나갔다는 시를 읽으며 *
나를 다녀간 이름들을 생각한다.
윤희. 순복이. 혜은이. 은영이. 보람이. 소림이.
이런 앳된 아이들을 산중턱 집이며 구포 반지하 단칸방까지
숨을 헐떡이며 바래다주던 내 싱그러운 날들은 이미 스쳐 갔다.
두꺼운 책이 아니라 마음에 밑줄을 긋고 싶었던 시절
전봇대 가로등처럼,
시(詩)는 늦은 밤 내 지친 어깨 위로 다녀가곤 했다.
작년 태풍 때 거진 꺽여 쓰러지고 남은 메타세콰이어 아래
기계톱으로 잘려 가지런히 쌓인 동강이들,
얼마나 많은 바람들이 다녀갔을까.
저 동강이들에게서처럼
언젠가 빈 들에 누운 내 주검 위로 다녀갈 바람에게
내 밑줄 긋던 이름들 다정히 데려와 달라고 조르고 싶다.
숲속 공원의 키 큰 나무들 아래서
한평생이 그새 또 지나갔다는 시를 덮고
나를 다녀간 이름들에게
한번쯤 다녀오려는 내 바래고 해진 마음이
노을에게로 걸어간다.
* : 김기택의 시 [봄 날]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휴업중인 우수한창작의원님으로 추천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ㅎ, 소녀시대님 이번 최우수작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앞으로도 좋은 시 더욱 부탁드립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다녀 갔습니다.^^
문장에 힘을 주지 않으면서도 아주 부드럽게 읽혀집니다.
시를 잘 빚으시네요.여러번 봤지만...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녀가셨다니 고맙습니다.
시마을에서 오래도록 좋은 시 많이 남기시길 기원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다녀간 바람에서 수많은 날들의 추억이 다녀간 그곳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쓰러져간 뒤에 남겨지는 이런 짠한 이야기들!
이 뛰어난 감성의 진수에 가슴이 찡해집니다.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감성은 좋은 감성과 통하는 법,
그것만으로도 시마을에서 시를 쓰는 의미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좋은 나날 이어가시길 빕니다.
최승화님의 댓글
최승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윤천 시인의 눈물이라는 우체통 속으로, 라는 시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이미지가 같아서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자기검열이라고 생각하시고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단지 분위기를 위한 장치라면 다행이고요.
실례가 되었다면 댓글 지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