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숨긴다.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잔뜩 숨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21회 작성일 21-05-06 09:17

본문

잔뜩 숨긴다.


내가 쳐다볼 때마다 그는 나를 잔뜩 숨긴다.

그는 몸을 길게 늘여 나를 물끄러미 보곤 한다.

그는 늘 바람이 없는 곳에 서 있다.

나는 늘 그를 지나온 바람 한가운데 서 있다.

그는 까맣게 말라버린 가슴의 흔적들을 더듬어 

그것들을 들고 서서 지나간 바람을 사랑하곤 한다.

그도 나도 그저 바람처럼 용감하지 못했고 

소용없이 울지도 못했다.


바람이 지나가면 그가 그런 것처럼 나도 지나간 

바람을 사랑한다.

나는 잘려나간 삶을 들어 그를 본다.

그는 남은 삶을 들고 나를 쳐다본다.

내가 그를 보고 웃자 그는 나를 잔뜩 숨긴다.

나도 나를 잔뜩 숨긴다.

나는 언제나 그를 끌고 다니며 나를 보인다.

그도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며 그를 보인다.

내가 그늘에 숨으면 그는 잔뜩 죽는다.

그늘에서 나와 그가 다시 눈을 뜨면 그는 언제나 

나보다 시커멓게 큰 삶을 들고 달콤하게 까맣다.

나는 그에게 진절머리 나는 아픔이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나를 잔뜩 숨긴다.


비오는 날이면 그는 물끄러미 암초가 된다.

나는 우산으로 그를 잔뜩 숨긴다.

그는 *이어도처럼 잔뜩 솟아오른 섬으로 나를 보인다.

나는 바다처럼 그를 잔뜩 숨겼다.

우리는 한번도 잃어본 적이 없다.


*마라도 남서쪽 수중 암초,

 제주도 사람들의 전설의 섬,환상의 섬,피안의 섬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은미늘 시인님! 참 재미있게 읽어 내렸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표현의 신선함이 매력적이라
감칠맛이 좋습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잘 지내시죠?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가에핀석류꽃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두어달 전부터 습작을 조금씩 시작했는데 아직 부족하고 서툰 시어들만 싱거운것 같습니다.
시인님처럼 깊고 그윽한 숙성의 시어들은 멀기만 합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은 사물들을 한참 들여다 보면서
그것들의 삶들을 맑게 들여다 보고 예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것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늘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의 하찮은 기척들에
가만히 멈추어 봅니다.
그리고 시인님의 시를 꺼내보곤 합니다.
자주 찾아뵙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Total 45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5
산복 도로 댓글+ 8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11-21
44
바람의 말 댓글+ 8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6-23
43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4-01
42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3-30
41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10-21
40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10-11
39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9-09
38
의자 옆에서 댓글+ 4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9-07
37
휘발유 댓글+ 6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7-07
36
흘림낚시 댓글+ 4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7-05
35
댓글+ 2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6-18
34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6-17
33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6-08
32
윗동서 댓글+ 6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05-13
31
중앙선 댓글+ 6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5-10
열람중
잔뜩 숨긴다. 댓글+ 2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5-06
29
마른 수건 댓글+ 4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2-15
28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2-02
27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1-05
26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12-31
25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12-23
24
고추장 댓글+ 2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2-22
23
가시 달갱이 댓글+ 4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12-18
22
달고기 댓글+ 4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10-20
21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10-12
20
하얀 나비 댓글+ 3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5 10-04
19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9-29
18
사과탑 댓글+ 2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9-10
17
공벌레처럼 댓글+ 4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08-20
16
공원 의자 댓글+ 3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8-17
15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08-11
14
들개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8-01
13
기역, 니은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7-26
12
변기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7 07-13
11
경계에 앉다.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07-05
10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7-03
9
손톱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07-01
8
연통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6-25
7
또 다른 질서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6 06-24
6
당신의 접시 댓글+ 3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9 06-14
5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06-06
4
우물 댓글+ 1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5-31
3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9 05-27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05-09
1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5-0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