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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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3회 작성일 21-05-08 10:03본문
불효不孝의 기억 / 백록
아! 저건 필시
불초不肖의 초상이다
멀리 인도에서는 님(Neem)이라 부른다는데
오월이면 똥내 풍기는 돗통으로
멀뚱멀뚱하던 표정들
언뜻, 라일락을 닮은
저 목고실낭 꽃
그 아래엔
허구한 날 꿀꿀대던
자릿도새기 두어 마리
그 주둥이 위엔
보릿고개 허기를 배설하던
엉거주춤의 촌뜨기
이맘때쯤이면 할망은 늘 자리를 팔러 가셨다
휜 등짝으로 잔뜩 짊어진 괴기구덕에
두 말 가옷도 모자라다며
어느덧, 반백 년이 넘도록 울컥울컥
이명을 울리는 소리
‘자리 삽서 자리 삽서’
‘큰갯물 자리 삽서’
새끼들 뒷바라지
밭 한 뙈기 없는 초가삼간 처지에
무슨 자리가 그토록 남아
쉰 목청 높이셨을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심심풀이 / 백록
낮술에 취한, 딱히 하릴없는 사내
발창에 신창을 깔고 조수로 곧장 오르면 저지가 나온다는 어느 아주망의 말 같지 않은 말로 농이 익은 소리를 뒤로 물리고 집으로 가는 길목의 정류장이다
버스는 아직이고 고치동산과 이호테우해변을 오르내리는 백록아파트와 노형성당 사이 자랑거리 간판으로 광평廣坪이란 문체가 얼씬거린다. 광평은 너븐드르란다. 현치적玄致積의 치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란다. 그 중심인 뒷드르에 집을 짓고 살았단다. 이후로 어색한 희나미드르로 익숙한 굴왓으로 양씨와 안씨의 터무니로 변견인 듯 똥개인 듯한 변개터로 이윽고 낯서른 고승이로 새가름으로 유치동산으로 웃무근터 알무근터 진서복터 못밭터로 옮겨 다니며 지금의 마을을 널리 건설했다는 알쏭달쏭한 말씀들을 한참 동안 씹고 있었다. 땅콩처럼
옛 말씀들 저냥 저대로 이냥 이대로라면
아무리 씹고 곱씹고 되씹어도
어느덧 이 섬의 터줏대감인 나도
헷갈리는 소리들을
천년을 죽어도 보란 듯 되살아나는
억새풀 뿌리처럼
히여뜩헌 문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