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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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4회 작성일 21-05-13 09:41본문
섬의 비밀 / 백록
주변머리들이 호시탐탐 탐을 내던 섬
그래서 더욱 탐라였을 법한 섬
어느덧 제주라 불리는 섬
천년을 만년처럼 머뭇거리는 이 섬엔
여태 풀지 못한 비밀이 있다
삼다三多와 삼무三無
과연 그것뿐일까
한라산은 어쩌다 전쟁 같은 수 1,950미터일까
지구의 1년은 365이거나 366일인데
하필 368개 오름이라니
글쎄올시다
더러는 중산간의 신작로며 항구며 공항이며 등등의 개발에 파묻혀버리지 않았을까
그토록 수두룩하던 1만 8천의 여신들은 몽땅 어디로 떠나버렸을까
울담 밭담 산담의 표정으로 담담하게 마주하던 천태만상의 돌들은 하나같이
깨지고 부서지더니 대체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지금도 4월이면 하루가 25시를 넘나든다는 걸
요즘 사람들 알고나 있을까
아직도 아래아를 품은 할망 하르방들은
바람을 보름이라 부르고
달을 돌이라 노래하며
오가며 낯익은 아랫사람을 만나면
‘속암져’로 인사를 건네고
낯서른 객을 만나면
‘속암수다’ 하는데
왜 그럴까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로나를 물리치는 법 / 백록
여기는 한바당 한가운데 섬의 기스락이다
공중의 쇳소리로 실려 오거나 파도를 타고 온 역한 낌새들이 푸른 오월을 한바탕 짓밟으며
해발의 바닥을 여지없이 물어뜯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거리를 멀리한 생각은
인터넷 지도를 따라 답답한 지경을 빠져나가고 있다
간만에 짙푸른 영실계곡을 따라 한라산을 오르고 있다
사월 초파일 존자암 국수를 후루룩 침샘으로 삼키며
시간을 압축한 순간의 축지법으로
늠름한 오백나한의 기상을 우러러보며
은하에서 내려온 백록조차도 헉헉거리던 곳
윗새오름을 한숨에 정벌해버렸다
곳곳 사방이 확 트인 여기야말로
철쭉밭 진달래밭 온통 보랏빛이다
오를수록 하늘은 파랗고
저 아래 땅은 어쩌다 붉어졌지만
염병할 놈들 설마
여기까지 따라왔을까
오랜만에 고개를 쳐든 시야엔
오롯이 하늘을 품은
영봉 하나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