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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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75회 작성일 21-05-13 15:31본문
윗동서
네 바퀴를 십 년 넘게 굴려도 행복을 찾지 못한
윗동서
중앙선을 넘어온 불행으로 몇 년 동안 수술이
대 여섯 번을 넘자 윗동서는 더이상 수술한
횟수를 세지 않았다.
어떤 수술이 힘들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안마의자도 샀는데 그는
늘 짙은 그늘밑에 앉아 있었다.
발목보다 더 절뚝거리는 마음이었는데,
쓸쓸한 옷깃에 바람도 없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등이었는데도 윗동서는
항상 웃으며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서 있었다.
그의 웃음을 읽으면 눈물이 적혀있다.
고달픈 생이 적혀진 주름이 하나씩 읽힌다.
쪼그려 앉아 담배 한개비의 시간을 쥐고 있는
그의 손에서 손금 속 팔자가 긴 한숨을 쉬며
일어난다.
윗동서는 웃음을 들고 굳은 발목으로
울었는지도 모른다.
퇴원한 윗동서는 잠을 자기위해 매일 청록빛
바다를 마셨다.
어깨와 팔마저 말을 듣지 않아 윗동서는 다시
수술을 했다.
그는 이제 청록빛 쓰디쓴 바다로 깊게 깊게
걸어가도 깊이조차 느끼지 못하고 숲인지,
심연인지조차 모를지도 모른다.
먼발치의 병실 텔레비젼 속 드라마에 처형은
반쯤 지나간 스토리에 상실의 조각들을 숨기며
늘 보던 것처럼, 늘 바랬던 싱싱한 발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발목을 쫓아가고 있었다.
병실 창밖으로 행복을 찾는 네 바퀴 소리가
남자 주인공의 대사를 윗동서의 발목처럼 무참히
밟고 지나갔다.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잔한 서술이 요란하지 않으면서 수면위에 미끄러지는 빛처럼 반짝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인님!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나plm시인님!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란하지 않다 하시니 다행인것 같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의 모습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그가 빨리 퇴원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탄무誕无님의 댓글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큰 사고, 큰 병에는
시작 휘슬은 있는데, 종료 휘슬이 없지요.
시인의 발성, 시인의 음색, 시인의 목소리로
말하지 못했던 말, 아프게 잘 들리게 해주셨습니다.
이건 님께서 잘 표현해주셨기 때문이겠지요.
천천히 너덧 번에 걸쳐 잘 읽었습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탄무시인님!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들리게 표현했다 하시니 그가 보아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아직 형님에게는 전하지 못한 말입니다.
시인님의 작품들도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상징주의나 모더니즘 식으로 가면 이미지에 국한한 감동이 오기 십상이고,
서술과 이야기로 가면 깊은 내면의 진심과 감정을 끌어내기 마련인데,
소설적 서술과 진심어린 표현으로 담담하게 절절한 마음을 끌어내신 것 같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덜길 시인님 감사합니다.
시라는 생각보다 진심으로 가슴이 저림에 짧은 시간
병원밖을 잠시 보며 써 봤습니다.
아프신 분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두발로 걸으며
병원밖에 있음에 감사와 안도를 생각할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