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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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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뻐꾸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4회 작성일 21-05-14 16:29

본문

수취인불명

 

이슬과 별빛만 먹여도 잘 자라는 그리움을 보냅니다.

도착할 때쯤 열대우림을 불면에 빠뜨렸던

공룡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붉은 상처는 다 흘려보냈습니다.

바람의 신도로 개종한 날개만 솟대에 걸어두고

그림자가 선명하지 않은 발목은

고무지우개로 쓱쓱 지워버렸지요.

  

이곳은 새 세상입니다.

적막의 온기가 흘러넘치는 욕조에서

작은 창으로 숨어 들어온 노을의 속살을 끌어안고 있으면

혼절했던 문장들이 하나 둘 깨어나고

         

가끔 우리가 멈추어 세우려 했던

시간의 뒷모습도 보여요.

어둠 속에 자기 이름 새기며 우는

작은 새의 깃털처럼 애처로운

     

고독은 무성생식으로 증식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을 냉소적으로 요리하거나

묵시적으로 탕진하지만 않는다면

천적을 만난 곤충처럼

자신의 운명을 우화의 세계로

끌고 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비 오는 날 저녁에 찾아갔던

카페의 구석진 자리

낡은 식탁에 엎질러진 물처럼

  

우리, 다시 한 번 스쳐가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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