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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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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21-05-16 16:50

본문

풍치(風治) 마을 






바람이 다스리는 

등나무처럼 휘어진

너희 가파른 산자락을 더듬어

송아지 향내 그윽한

내 아내의 마을에 오면

안면 없건만

그래도 인심은 남아

제비 둥지 튼

서까래 밑 오랜 툇마루가

반가이 안색을 띠고

바람에 닦이신 장인어른은

장닭 한 놈을

마당으로 냅다 꽂으시며

파안대소로 이 몸을

제자리 찾지 못하게 하시고

머루 따고 달래 캐다가

어린 내 아내의 몸 키웠다던

등 굽은 장모님의 손에

실금이 손금처럼 뻗쳐 있는

부뚜막 아궁이는

해 가는 줄 모르고

펄펄 난리법석이요

내 아내 

고이 간직해준 그대 

밤나무와 너도밤나무와 상수리나무 그리고

개울과 바위와 구름과 하늘은

너 왔느냐고

눈웃음 지을 때


바람은 우리를 다스리고


위에 계신 

그 분은,


그대 바람을 다스리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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