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습관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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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8회 작성일 21-05-17 09:07본문
몸의 습관을 읽다 / 백록
습관의 체본을 습성으로 고쳐 읽는다
가뭄이 든 정수리로 비가 내린다
몹시 축축하다
바싹 마른 혀를 꼬드기는 낌새
사뭇 촉촉하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그 버르장머리가 젖이 그리운 거다
쪽쪽 빨던 구강기의 기억이라며
아침마다 우유를 마시는 까닭이라며
먹고 싸던 항문기 추억이라며
되돌릴 회回와 품을 회懷가 뒤섞인
중성기의 회춘으로 읽고 싶은
사춘기 향수라며
그런 몸살이라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날의 오월은 / 백록
오월은 대체로 따뜻했다
허나 그날의 오월은
사뭇 을씨년스러웠다
무자년 사월
그 잔인한 달처럼
무척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부 / 김태운
내일은 오월 중 가장 슬픈 날이고
모래는 불자들에게 가장 기쁜 날이고
글피 지나 그글피면 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찬다는 소만인데
어찌 부부의 날과 겹쳤구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매사 촐싹대던 나는
어느덧 빗자루를 붙들고 있는 처지고
빗자루에 붙들려 늘 쩔쩔매던 아내는
어느새 하늘로 오를 기세로다
오늘도 나는 청소를 하고
아내는 일하러 가고
종일 비가 쏟아진다
부부浮浮
대충 쓸고 닦고 남는 건 오직 시간뿐인 나는
내내 시답잖은 시 나부랭이와 씨름하고 있다.
옛날엔 부부覆瓿라 불렸다 중얼거리며
헐레벌떡 방금 퇴근한 아내는
날 보는 둥 마는 둥
당신만의 안방에서 가계부를 적고 있다
저거야말로 진짜 부부附簿인 듯
어쨌거나 내일과 모래 글피만큼은 잘 보여서
괴기라도 얻어먹어야겠다
실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