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의 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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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6회 작성일 21-05-20 09:51본문
소만小滿의 기슭 / 백록
어제는 부처님 나투신 날
연등이 비치던 그 기슭으로 새벽을 일깨우는 비가 나린다
소소하게 혹은 촉촉하게
부부의 날과 우연히 겹치는 절기의 예보로는
부부 쏟아진다던데 왠지 쓸쓸하다
보리살타 같은 보리 익어가고 부엉이 부엉부엉 울어댄다던
이 무렵엔 한때 보릿고개가 기웃거렸는데
근데, 세월이 참 수상타
여기저기 보리밭은 온데간데없고 그 터무니엔 허기 같은
허씨들 가득이다
간혹, 부엉이들 얼씬거리던 산자락엔 눈알을 굴리는
골프족들 잔뜩이다
소나 말들의 눈빛, 그 거동을 살피는
그야말로 부유한 테우리들
휑한 돌멩이질 그 행간으로 까칠한 ᄇᆞᄅᆞᆷ이 분다
언뜻, 부름 후면 망종이라는 듯
딱히 하릴없이 지나치는 객의 근처
소낭 가지를 물어뜯는 까마귀
몹시 깍깍거린다
오늘따라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일상 / 백록
부처님 오신 날에 정작 부처님은 못 만나고
대신, 간만에 만난 두 수컷이 목탁 같은 것들을 놓고 구슬치기를 했지
둘 다 늙어가는 처지이고 신세인데
한 놈은 돗드르에서 나고 자란 노형의 처지이고
이놈은 큰개에서 자라다 만 외도의 신세인데
둘 다 돌멩이질에는 꽤 익숙했으므로 흰색 노란색 빨간색 굴리고 돌리고 치고 박기를 내기로 낮술 거나하게 취한 채
비틀비틀 골목을 거닐다 붉은 벽돌집 담벼락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마침, 거기엔 붉은 유혹들이 한창 춤을 추고 있었지
시뻘건 장미와 이름 모를 불그스레한 꽃이랄까
둘 다 익히 정체를 드러낸 장미엔 안중에도 없고
그 아래 자궁을 닮은 모습에 어처구닐 잃고
그 이름이 이러쿵저러쿵
거시긴지 거세긴지
어디서 주워들은 것도 같은데
기네 아니네
아네 모르네
나발 부는 소리
생긴 것도 하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