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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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7회 작성일 21-05-25 12:34본문
바람의 무곡舞曲 / 백록
애초의 이 섬은 첫날의 샛바람
즉, 동녘에서 이는 바람으로부터 불현듯 태동했을 터
지금도 하늘가에 우뚝 선 백록이 멀뚱히 주시하는 건
날마다 새벽을 무너뜨리는 일출봉 너머 수평선을 뚫고 나오는 불덩이지
그 파장이 사방으로 바람을 일으킨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사실
한때는 그 바람을 꿈자락 몽골의 사막에서 불어온 하늬바람으로 알았겠지
그 바람에 휩싸인 말발굽 소리가 잠잠해지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마파람에 휩쓸린 바람이 불어닥쳤지
저들의 입으로 까불어대던 바람으로
감히, 신풍이라는 헛소리로
‘이어도 사나’의 애달픈 서정의 행간이
‘이래도 사나’의 죽음 같은 서사로
쓰라린 관현악으로 들리고
울컥한 타령의 사위로 비치던
그때 그 시절이 지나자
그 시절 그때가 지나자
푸른 바람에 붉은 바람이 뒤섞인 이념의 바람이 들이닥쳤지
지금도 우리는 그 바람을 칼바람이라 부르지만
억센 억새마저 쓰러뜨리던 그 바람을 잠재우던
‘자랑 자랑 웡이 자랑’의 요람인
애기구덕을 떠올리며
살풀이춤으로 한풀이 가락으로
오멍 가멍 ‘속암수다’의
되풀이 되새김으로
그런저런 바람들이 그치자
어느새 훈풍을 품은 솔바람 쏠쏠 불어왔지
출렁출렁 바다 건너 뭍에서 밀려오는 바람이며
쿠릉쿠릉 하늘에서 몰려오는 바람이며
섬이 온통 들썩들썩했지
그것도 잠시
지금 부는 바람은 해를 품은 코로나의 정체라면서
듣도 보도 못한 도대체 정체 모를 바람
지긋지긋한 바람의 낌새지만
이 또한 지나가겠지
이 또한 잠시겠지
옛날의 오돌또기 둥그데당실이
어느덧 오뚝이로 읽히듯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의 정체 / 백록
여기는 대충 천 개의 바람이 사는 섬이지만
이 섬에서 지천명을 넘어 환갑이 넘도록 산 나는
여태, 바람의 정체를 모른다
문득, 그 정체가 궁금한데 마땅히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다
혹시의 심사로 천년을 바람과 함께 산 돌하르방께 여쭈어보니
당신의 부릅뜬 눈은 본시 청맹과니란다
부득불 알고 싶다면 설문대할망이 살던 할락산이나
영등할망이 살던 바당에게 물어보란다
하여, 산에게 물어보니
대뜸, 이명을 울리는 메아리인즉
당신의 아들 같은 테우리에게 알려줬다는데
그의 흔적을 수소문해보니 그는 이미 씨가 말라버렸고
언뜻, 소나 말에게 하던 소리가 넌지시 비친다
‘어려 어려려 어려려려’ 하는 들녘의 굴메로
그게 어쩜, 바람의 모습이라는 듯
이참에 더 알고 싶어 근처 바당에게 물어보니
당신의 딸 같은 ᄌᆞᆷ녀에게 알려줬다는데
마침, 물질하는 할망이 내지르는 숨비소리가 비친다
‘호이 호오이 호오오이’ 하는 표정으로
그게 마치, 바람의 모습이라는 듯
살다 살다 늙은 발품이라도 팔았더니
오늘에야 기껏 두 개의 바람을 보았구나
훗날에라도 시간이 나면
그들과 친한 소나 말에게 물어보든지
소라나 미역에게 물어보자꾸나
바람의 근친 여기저기 오름이며
곳곳 불턱에게 물어보든지
내일 밤엔 어느 바람을 닮은
보름달이나 만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