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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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16회 작성일 21-05-27 17:26본문
가면무도회* / 백록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주제로 열리는 가면무도회다
무도회는 태양에 붙어살던 수상한 정체가 가면을 쓰고 지구촌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되었지
스스로 주인공인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코로나-19라는데
미친 듯한 그의 연기에 취한 관객들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무더기로 쓰러지기 시작하자
아직 덜 취한 관객들은 그를 따라 가면을 쓰고 하는 수 없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지
무대와의 거리만큼은 적당히 두었으나 가면을 벗는 관객들에겐
자기를 품으라는 듯 잽싸게 달라붙었는데
이윽고 쓰러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무도회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해 반을 넘기고 있지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천 일을 채우고 싶은 건지
물론, 끝나는 시간은 주인공밖에 모르는 일
불평과 불만으로 옥신각신하던 관객들이 차츰 지쳐가자
그 소문을 들은 백신의 무리가 달려들어 주인공을 말리기 시작했는데
그의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인즉
쉬쉬하는 낌새로 보나 그 줄거리로 보나
아직도 요람의 행간인 듯
무덤까지 가야 끝난다는 듯
아! 이 노릇을 어이할꼬
어느새 나도 가면을 쓴 관객의 처지로구나
하도 답답하여 가면이라도 벗어던지자니
주인공이 달려들어 나를 쓰러트릴 테고
날이 갈수록 숨은 콱콱 막히고
아! 이 노릇을 어떵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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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베르디 오페라의 제목 차용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찔레꽃 / 백록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라는 노랫말이 있지만
간만에 너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너무 기쁘다
구천을 떠도는 울 할머니 굴메가 신기루처럼 얼씬거리기 때문이다
당신의 알싸한 향기를 품고 보릿고개를 넘어오시기 때문이다
희끗희끗한 표정으로 마구 소름이 돋는 건
무서우리만치 반갑기 때문이다
어느덧 무뎌진 뇌리
콕콕 찔리듯
지금쯤 어디서 늙어가는지 모르는
그때 그 시절 동네 철부지들
어룽거리기 때문이다
사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