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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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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3회 작성일 21-06-01 22:15

본문

화목했어야 할, 퍽 건실하고 바람직한

젊은 죽음으로 촉발된

어느 가정의 붕괴를 두고서, 혹자 가라사대

신을 죽이는 신앙의 시대라 하더라


그 뒤틀린 것에 성전을 쌓고

비극을 비극으로 갚기 위해 암약하는

어느 되먹잖은 렌즈들은

저마다의 진실에 아랑곳않고

평소처럼 표표히 흐르는

강물을 길어다 팔며 악을 쓰는데,


"보라, 저 물길마저도

증거가 부재하여 인식지 못할

어느 거대한 악에

무력히 매수당했노라

고집, 아집, 편집,

진실의 삼집일체에 기초한

금송아지 제단의 앞에는 반드시

피의 제물을 바쳐야 하도다!"


일찌감치 찍어놓은 죄인의 이마에는

주홍색 A 낙인이 깊게 패이고

저마다 죄인을 찾아 부산한데

그치들의 궐석 재판에는

이미 누구나 다 아는 허수아비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하니 그 모든 움직임은

문을 곰으로 뒤집어 화형할

불씨를 챙기기 위함이었나


과연, 그런가 보다

그렇다면야 그런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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