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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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꽃비 내리다
김 필 영
내게는 정말 예쁜 소녀가 하나 있었다네
그땐 예쁜 소년도 하나 거기 있었었지
시간을 길게 얘기하면 세월
그 세월 속에도 소녀는 들꽃처럼 언제나
봄마다 피고
소년은 세월을 먹어 가을마다 지고 있었네
낙엽이 겨울을 만나 고엽이 되듯
소년은 사람이 되고
소녀는 항상 봄 속에 있어 늘 새싹이었네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네
사월이니까 봄비였겠지
난 술을 마셨었고 취한 어깨 위로
봄비가 내려앉았네.
그리고 내 어깨 위에 들꽃이 피었던 거지
그 여린 꽃 순이 얼마나 예쁘던지 난 그만
울고 말았네
하지만 밤이었고 비가 왔고 불빛이 어두워
내 눈물은 아무도 모르게 바람이 되었다네
비밀이란 건 늘 신비한 것
소녀를 향한 내 기억은 언제까지나
비밀이라네
저 우주만큼 멀어, 저 우주만큼 신비한
그리움......
내게는 이렇게 예쁜 소녀가 하나 있었다네
그리고 그땐,
그리움이 뭔지 모르던 해맑은 소년도 하나
거기 있었다네......
댓글목록
이강철시인님의 댓글

길위에서님의 댓글의 댓글

말씀이 또 한 번의 개안이 될 것 같습니다
저의 의중은 어릴적의 순수성을 잃어버린
심성들은
다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그 소녀를 향한 내 동경 속에서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래저래 참 속상한
일입니다
그냥 막연하게 누구가가 그리워 올렸던 글
감상을 실어 읽어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ㅜㅜ 수작이네요.
솔직히 이 작품에 흠 잡을 데가 있나요?
누구가는 제가 니가 무언데 수작이라고 하고 니가 무언데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느냐 하고 겸손을 모른다고 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저도 겸손하려고 노력하고 아는 것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모르는 척도 하고 모르는 것은 배우려고 합니다.
헌데 겸손이 지나치면 자신이 왜 글을 쓰는 지도 잊어 먹습니다. 작가는 겸손 해야 할 대상이 아니거든요.
이러한 댓글의 이용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것이고 또한 자랑하는 공간입니다.
겸손 하려고 자신이 이 창작 공간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아니니까요.
이 위 작가의 댓글이 있는데 친절하게 습작노트를 보여주시는데 그럼에도
정말 수작을 뛰어 넘는 명작입니다.
군더더기도 없고 더 붙일 것도 없고 완벽합니다.
이정도의 작품이면 일류 잡지인 현대문학이나 문학동네에도 실릴 만한 작품입니다.
.
길위에서님의 댓글

술을 좋아하다 보니,
또 그날 마침 비가 오다 보니,
가슴 깊이 묻었던 그림자가
빗 속인데도 아주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삼생이님의 가슴에도
이런 그림자가 드리워 있나 봅니다
그래서 더 애틋하셨겠지요
아므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