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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379회 작성일 21-06-09 09:32

본문

물거품

  

한 번씩 그녀를 찾아가면

그녀는 내가 뭘 먹고 싶은지만

궁금해했습니다

 

그녀가 만든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속이 거북해져 투정 부려도

그녀는 다음 끼니를 걱정하며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보채기 일쑤였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날짜에 맞춰 그녀가 찾아옵니다

나는 그녀가 좋아했을 음식을 사거나 만들어

상 가득 차려놓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지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며

조용히 머물다 금방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내 딴에는 엄청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

손도 대지 않은 음식들을 보니

속이 상합니다

배를 곯은 그녀가 돌아갈 먼 길을 생각하니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녀를 현관 밖으로 배웅하며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보채며 물어봅니다

 

“엄마, 내년에 먹고 싶은 거 없어”

댓글목록

이강철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거품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 내년에 먹고 싶은 거 없어?에서 전율이 이네요
고맙습니다

삼생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연에서 엄마가 등장해서 좀 실망했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드라마 보면서 도입부는 오! 하고 몰입하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뻔한 감동을 주입 하려는 것 같아

실망함을 보이지요.

5연 까지 정말 몰입하고 긴장하며 읽었는데 엄마가 등장하자 모든게 무너지는 느낌 입니다.

정말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시가 짧은 문학이라서 우숩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소설보다 더 어려운게 시 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 정말 대단한게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그 과정이 정말 수준급입니다.

물론 김진구 시인님의 능력은 이미 알고 있는 터라..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다음 작품이 몹시 기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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