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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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8회 작성일 21-06-11 11:13본문
바람의 뿌리 / 백록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맬 새’
근처 나무들이 바람의 심술로 휘청거리던 날
덩달아 채찍질하는 빗줄기들 몽니로 비틀거리던 날
문득, 중얼거리는 늙은이 푸념이다
나무의 뿌리는 열매의 씨로부터 생긴다는 건 삼척동자도 익히 아는 바인데
섬에 뿌리를 내리고 어느덧 고목이 되도록 바람에 치이며 산 나는
바람이 과연 어디로부터 생겼는지 전혀 모른다는
하여, 여기야말로 천 개의 바람들이 머물다 가는 곳이므로
더 늙기 전에 바람의 뿌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샛바람 부는 날엔 일출봉 해바라기를 만나고
하늬바람 부는 날엔 수월봉 달맞이꽃을 만나며
마파람 부는 날엔 산방산 유채꽃을 만나고
된바람 부는 날엔 사라봉 동백꽃을 만나며
두루두루 수소문한바
하나같이 속삭이는 말
겨우 귀로 담았는데
이 은밀한 소리를 굳이 밝힌다면
‘ᄋᆞ’로 비치는 감탄사로부터 시작되는데
곶자왈에 가면 그 뿌리들이 숨 고르고 있다는데
그 정체인즉 한라산과 천년을 산
바람꽃이라는데
그를 본 순간, 홀씨 같은 점 하나가
바람의 뿌리로 읽히단다
분명코!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삼십육계 총설
이립(而立)은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며 자신의 체험에 바탕을 둔 공자의 말이다.
“나는 15세가 되어서 학문에 뜻을 두었고(志學), 30세가 되어서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었으며(而立), 40세가 되어서는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고(不惑), 50세가 되어서는 천명을 알았으며(知命), 60세가 되어서는 귀로 들으면 그 뜻을 알았고(耳順), 70세가 되어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에 벗어나지 않았다(從心)"고 했는데
어느덧 나는 종심(從心)으로 가고 있었고
때마침 서른여섯의 청년은 늙은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이윽고 떠오르는 말
36계다
六六三十六, 數中有術, 術中有數. 陰陽燮理, 機在其中. 機不可設, 設則不中
병법의 계책은 6에 6을 곱하니 모두 36가지다. 36가지의 계책 모두 실제 전투에 사용된 전술에서 나온 것으로, 그 운용 역시 실전에 응용할 때 그 빛을 발한다. 모두 음양이 상호 변환하는 이치에 기초한 것으로,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하는 기변(機變)이 모두 그 안에 있다. 기변은 객관적인 현실을 벗어나 임의로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하면 이내 실패하게 된다.
결국, 줄행랑이 마지막 계책일 수밖에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위험한 연주 / 백록
종일 줄기찬 빗발과 더불어 바람 세차게 불던 날
까만 음표들이 아슬아슬하게 현을 타고 있다
그 화음은 대체로 죽음을 무릅쓴
까칠한 생각들과 불안한 눈빛들
근처엔 그러거나 말거나
멀뚱멀뚱한 뚱딴지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