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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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4회 작성일 21-06-17 10:12본문
중광重光 / 백록
좋은 광석을 골라내고 남은 광석이 과연
그토록 중요했을까
빛이 났을까
그게 바로 화산섬의 만년 돌이어서 그랬겠지
당신의 본색은 전설의 고망에서 나온
을나乙那의 후예
구르고 구르다 광중壙中으로 묻힌 당신은
어느덧 벙어리 바위가 되었지
자칭, 미치광이 중
타칭, 걸레스님
천상병과 이외수와 셋이서 어쩌다 도적놈이 되어버린 당신은 한때
바보처럼 살았다는 어느 가수의 친구였다는데
언뜻, 보헤미안을 떠올리는 당신은
한국의 피카소라지
외도라는 고향이 그리워 그토록 외도를 일삼았을까
말년에 고양이를 닮았다는 곤지암에서
월대천이 그리워 달마를 그렸을까
마침, 요즘으로 비치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작품으로나마 살아
고향으로 온다는데
아! 신축辛丑의 경사로다
이거야말로 중광重光이로소이다
중섭仲燮의 흰 소가 환히 웃겠소이다
산 너머에서 당신을 반기며
음매 음매 울부짖겠소이다
여기 탐라도 마침내
탐나로 읽히겠소이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혼招魂 / 백록
잔뜩 꼬부라진 할머니가 낫을 들고 아리랑 고갯길을 부지런히 기어가고 있습니다
그 너머엔 서둘러 저승으로 떠난 임들의 자국이 띄엄띄엄 눈에 선하다며
다름 아닌 서로 앞다투며 누운 자리라는데
식민으로 살다 까닭 없이 사라진 서방님과
무자년의 총질에 스러진 시아버님과
전쟁터에서 산화해버린 큰 아드님과
병들어 쫓겨난 작은 따님의
잔뜩 찌푸린 채 그 뒤를 따르던 놈 하나는
한량 아드님이 어디선가 주워온
장손감이라는데
그날의 고갯길은 어느덧 신작로에 파묻히고
그 흔적을 찾아 기웃거리는 넌
어느 집 귀신이더냐
다 떠난 자리를 헤매는홀로 아리랑이더냐
때마침 차창 밖 빗발을 따라
흐릿한 시선을 가르는
무명 적삼 소리
푸닥 푸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