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하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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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27회 작성일 21-06-21 02:33본문
익사하는 배
한 번도 사랑받아 보지 못한 아이가 집을 나섰다. 구름이 낮게 배를 깔고 달구어진 길 위를 기어가는 오후였다.
어느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자, 아이는 그것이 자신의 입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는 그것이 여인의 입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는 스스로를 방안에 가두었다. 방의 흔들 수 없는 견고함이 흩어지려는 아이를 하나로 묶어두었다. 아이는 점차 환상으로 옅어져서 실체가 없이 사방 벽에 의해 규정된 여백의 공간이 되어갔다.
그렇게 헤메다가 아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덧없이 보낸 다음 노숙자 쉼터에서 다른 아이를 만났다.
두 아이는 서로의 목을 칼로 쳐서 떼어버리기로 하였다. 이상하게도 둘은 정확히 동시에 서로의 목을 칼로 잘라낼 수 있었다. 식도와 기도, 등뼈가 깨끗하게 잘렸다.
한 사람은 남자의 몸에 여자의 머리, 다른 아이는 여자의 몸에 남자의 머리를 갖게 되었다. 그러자 두 사람에게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몰려들었다.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위 등단시인모임인 시인의향기와 비교할 때
몇수위의 좋은 시입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감사합니다. 과찬이십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배는 익사하는데
저의 느낌은
뭐랄까요~
비익조,
비목어,
연리지, 같은 것들이 떠오르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날건달님이 저보다도 더 제 시를 잘 보신 것일 수도 있겠죠. 좋은 독자를 만나는 것도 시의 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