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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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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25회 작성일 21-06-27 08:46

본문

나의 / 백록

 


 

나는 지금

예순 하고도 다섯

그만큼의 나잇살을 먹은 나의 술을 추억하고 있다

 

뚝 끊긴 어미젖에서 풍기던

전생의 기시감 같은

쉰다리를

 

강산은 그럭저럭 두어 번 변하면서

콧물 같은 막걸리를 주전부리로 착각하며 주전자를 들고 벌컥거리다

목구멍에 걸리면 부리나케 싸버리고

싸고 나면 금세 깨어버리던

18금의 알코올을

 

세월은 그럭저럭 서너 번 변하면서

빼갈과 양주를 밥 먹듯 하며 실수를 술 먹듯 하며

고장 난 시계처럼 헛돌아버린 시절이

어제 같은데

 

어쩌다 정유생丁酉生인 난 오늘

술 대신 산을 붙들고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투명한 한라산을

닭이 물 마시듯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통증의 헤게모니들 / 백록



언뜻, 나도간 너도간이라며
피도간 오도간 유수간 유천간 신천간 오천간 신귀간이라며
이도 간 저도 간으로 간을 보는 요즘

오락가락하는 안씨의 행동거지를 눈여겨본다
사이다 같은 이씨의 유혹에 귀 기울여본다
그 주변머리에서 콧물 흘리는 비씨에겐 비겁한 냄새가 난다며
그 틈바구니에서 날름거리는 설씨의 혀놀림은 어찌 어설프다며
믿음직한 신씨의 몸가짐은 지나치리만치 묵직하다
자칭 의로운 척하는 의씨의 의식은 너무 추하다
그 밖에도
색씨 성씨 향씨 미씨 촉씨 법씨
등등의 수상쩍은 정신머리들
수두룩한데

대체, 이게 어찌된 영문이냐
하고많은 씨들 중에 김 모락모락 피우던
나의 성은 도대체로구나
가만 있자
있긴 있었네
그러면 그렇겠지
아무렴, 이빨보다 쎈 성질머리
쇠가 곧, 금일 터
그건 그렇고
어찌하여 넌 도무지 가망이 없는 그 구석에서
늙은 구렁이처럼 꾸물거리고 있구나
깨진 바가지를 쓴 채
너도 나처럼
간땡이가 부은 것이더냐
혹, 몸살이 났거들랑
뒷동산에 올라 이 노래나 따라 부르거라
실컷,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

그럼에도 낌새가 없거들랑
달타령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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