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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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달리
비가 오면
그 여자아이는 장화를 신었다
그날 비 오는 날에도
핑크색 장화를 신고
길을 가다 말고
나한테 끼얹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지낸 햇수만큼 뒤돌아서서
웅덩이에 고인 물을 힘껏 걷어찼다
그 후
그 애가 뒤돌아설 때마다
느꼈던
돌처럼 굳어지는 순간이 있었고
가슴 뛰게 설레는 순간이 있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고
늘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
불어나는 근심 걱정을 퍼내느라
터지고 갈라지고 부어오른
그녀의 새침한 발을
핑크빛이 돌 때까지 깨끗이 씻겨준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내세로 향하는 내적 갈등의 승화로의 幻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tang님의 사유 깊은 시도 잘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