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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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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2회 작성일 21-07-06 13:31

본문

세족 

 

나와는 달리

비가 오면

그 여자아이는 장화를 신었다

그날 비 오는 날에도

핑크색 장화를 신고

길을 가다 말고

나한테 끼얹기라도 하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지낸 햇수만큼 뒤돌아서서

웅덩이에 고인 물을 힘껏 걷어찼다

 

그 후

그 애가 뒤돌아설 때마다

느꼈던

돌처럼 굳어지는 순간이 있었고

가슴 뛰게 설레는 순간이 있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고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고

 

늘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

불어나는 근심 걱정을 퍼내느라

터지고 갈라지고 부어오른

그녀의 새침한 발을

핑크빛이 돌 때까지 깨끗이 씻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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