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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 정비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1회 작성일 21-07-09 20:48

본문

 안장 정비소 





 새 휴대폰 사러 가는 2차선 도로 옆 안장 정비소

 왠지 고장 난 휴대폰이 눈치를 보는 것만 같다


 20년 넘은 산타모를 폐차장으로 보내기 전에

 먼저 상태를 봐 달라고 믿고 맡겼던 안장 정비소


 단골이 되어

 닳아버린 브레이크 라이닝을 갈아 끼워주고

 해지고 구멍 난 타이어를 바꿔주고

 엔진오일을 순정품으로 채우고

 스러진 스타트 모터를 잡아내어 고치고

 널브러진 배선들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기름 새던 바닥을 때워주던 안장 정비소


 그러나

 내 오랜 산타모

 마지막 엔진이 퍼져버렸을 땐

 이젠 그만 폐차하시죠,

 기름 묻은 면장갑을 벗으며 내게 말하던

 안장 정비소 사장님 얼굴에 

 오후의 햇살이 다녀가고 있었다


 내 살다가

 오래고 낡은 내 몸 퍼져버리면

 또 다시 믿고 찾아갈 안장 정비소


 이제 그만 

 떠날 준비 하시죠, 

 낮은 

 목소리로 말해주겠지

 떨리는 

 내 손 잡아주겠지

 

 새 휴대폰 사서 돌아오는 길

 안장 정비소 사장님 가게 문 셔터를 내리고 있다

 기름때 묻은 그의 등이 가로등 빛에 젖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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