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인가 > 창작시의 향기

나는 무엇인가? / 백록

거창하게 형이상이라는 우주의 조화를 빌어

결국, 음양의 합궁이라는 구실을 빌어

이 혹성으로 뚝 떨어진 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순^耳順​을 넘겼어도 사람이라기엔

아직 너무 어리숙하고

아무튼, 숨을 쉬는 걸 보면

생물이 틀림없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만물의 영장이라 우기기엔

어림 반푼어치도 못 되는 난 도대체

어떤 족속이란 말인가

간혹, 불에서 태어난 이 섬의 돌이 되고 싶고

그 불씨를 휘젓던 바람으로 살고 싶은 건

혹시, 전생이 그리운 건 아닐까

그런 돌연변이거나

하는 일마다 족족 생각 따로 행실 따로

겉과 속이 다르다는 건

혹시, 음양이 썩 조화롭지 못했던 건 아닐까

애시당초, 남녀의 궁합이 어긋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