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한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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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71회 작성일 21-07-15 10:09본문
우리를 위한 패러디* / 백록
세상은 어쩜 치정 같은 인연에 엉켜 있는가 봐
임금은 늘 백성에게 갚지도 못할 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어
은인처럼 때론 웬수처럼
그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토록 많은 잘못과 잦은 뉘우침에도
끝내 권력을 포기하지 않은 당신의 표정
어리석은 자들을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줄
유일한 사람이 당신이란 걸 믿었지만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당신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겠지만
우리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당신은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우리의 삶은 모두 위태로우니까 더 살아야 하니까
당신의 품에서 떠나 줄꺼야
우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줄
유일한 사람이 당신이란 걸 굳게 믿었지만
더이상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당신의 손을 뿌리칠 거야
우리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당신은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우리는 위험하니까 살아남아야 하니까
당신에게서 떠나 줄꺼야
이 나라를 위해
우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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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범의 ‘너를 위해’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향수를 퇴고하다 / 백록
백록을 우러러보는 거린사슴 산자락 골짜기로
옛이야기 조잘대는 내창이 구렁이처럼 마구 꿈틀거리고
방목된 쇠들이 우렁우렁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을 정녕 꿈엔들 잊을 리야
하늬바람 불어 오름들조차 서늘해지면
억새밭 채찍질 소리에 겁을 지레 삼킨 노루들 억억거리고
얼룩진 노을에 누렇게 물들어버린 테우리들
그들을 설마 꿈엔들 잊을 리야
어둑한 섬에서 키운 내 마음
밤이면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한없이 그리워
반짝이는 반딧불 쫓아 들녘을 헤매던 곳
그곳을 어찌 꿈엔들 잊을 리야
마냥 출렁이는 이어도를 품은 바당의 물질 같은
가느다란 숨비소리 질러대던 비바리 누이와
한풀이 날숨과 살풀이 들숨으로 평생을 숨 고르던
숨비기꽃 같은 우리 할망이
불질 햇살을 짊어지고 검질 매던 곳
그곳을 차마 꿈엔들 잊을 리야
하늘가 어린 날 꼬드기던 북두칠성을 따라
낯 서른 육지로 발을 옮기려는데
울던 매미 잠이 들면 귀뚜라미가 대신 울며불며
달팽이 귀청을 뚫을 듯 들쑤시던 곳
그곳을 차마 꿈엔들 잊을 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