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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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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7회 작성일 21-07-24 10:27

본문

몽중몽夢中夢 / 백록

 

 


스물너댓쯤의 해쓱한 청년이 낮잠에 취해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열기와 모래가 뒤범벅인 사우디아라비아 카심 어느 공사장에서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는 덜커덕거렸지만

뜨거운 바람일 뿐이라 중얼거리며

 

시원해지길 간절히 바랜 탓일까

어느덧 한밤중이었다

아직 팔월이기엔 좀 이른 유월의 가위쯤 되었을까

둥둥거리는 것이 고희를 향한 웬 늙은일 덮칠 기세였다

아차 싶은 순간 몸을 비튼 건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어느 섬 기슭 외도 교도소에 수감 중인

쓸모를 다한 죄로 복역 중인

 

오늘도 쉴 새 없이 하늘을 가위질하는 비행기들

창살을 뒤흔들며 공갈을 치고 있다

여기 천백사호를 향하여

마치, 천국행을 강매하려는 듯

쿠릉쿠릉

 

잠꼬대에서 깨어나 멀뚱멀뚱 백록을 우러러보는

참회의 이 시선만큼은 차마

꿈이 아니길 빌어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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