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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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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황민우9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3회 작성일 21-07-26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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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등

 

시원한 낮잠을 즐기다 쿵, 하고 머리를 밟고 지나가는 걸음에 화들짝 놀라 눈을 뜬다. 머리 위에 사람이 사는 이상한 집. 이 놈의 집은 내 맘대로 눕지도 못하나 싶다가도 노른 땅 위에 발 붙이고 살 형편도 안되서 입을 다물고 방을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 주문 같은 잔소리 안방문을 박차고 나와 신경을 벅벅 긁고 귀에 앉은 고름 위로 덕지덕지. 뒤꿈치가 안들어가는 삼선 슬리퍼 꾸역꾸역 신을 때면 천길 낭떠러지 아래 난간에 선 듯 다리가 후들거리네

 

새로 빤 이불처럼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땡볕에 젖은 마음 말려볼까 산책을 나와보지만 금이 간 담장 틈새로 미처 제모하지 못한 잡초들이 자라난 벽을 지나 매미 불 적에 뒤집어진 우산 내팽겨치고 에라 모르겠다 논두렁에 발담구던 미꾸라지를 떠올리다 1km 밖에서부터 우왕거리며 코베어가듯 마후라 뚫은 오토바이 바로 옆을 지나가고 화들짝 놀란 시어들 푸드덕 놀란 날개짓으로 먼 산으로 훨훨 잘도 날아가네

 

가던 길 도로 돌아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사람도 산도 없는 길 찾아 여행을 떠나자. 긁힌 발등으로 왼발 오른발 절뚝거리며 좁은 길 없는 길 따라 풀 숲을 지나다보면 달려드는 산모기에 종아리는 근질거리고 땀에 절은 등은 시큼한 매실청처럼 파랗게 익어간다

 

부동산에 가봐도 내가 살 땅은 없고 통장에는 잃어버린 시간만 같은 코스를 주행한다. 얼마 못 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이 주머니처럼 어지럽다. 발 붙이고 설 수는 있어도 이 작은 등 하나 편히 기댈 곳이 없어 오늘 밤도 선 채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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