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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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집 앞 단골 미장원에 갔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새하얗게 센 숨기고픈 지난 세월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나갔다
전신거울 속에 비치는 철없던 아이는
이미 먼 길 떠나간 듯
낮은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래전 어느 여름날
아버지의 낡은 화물 자전거에
짐짝처럼 실려 간 아이처럼
쟁기 같은 꾸둑살 옹이처럼 박여있던
아버지 손잡고 비빔국수 먹으러 가던
그 길가 풍경이 한 올 한 올 하늘거리며
바닥에 하얗게 쌓여가고
집으로 가는 쪼글쪼글해진 길섶에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깨어진 보드 블록 틈 사이
꽃대 올린 망초처럼
고개를 올렸다 내밀었다 갸우뚱거리다
어스름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아버렸다
댓글목록
스승님의 댓글

그제는 비빔국수를 두 개나 먹었습니다.
날건달 시인, 형님처럼 저도 아버님께서 안 계십니다.
만3세 때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오늘밤은 참 덥네요.
코비드19를 조심하시고 시원하게 밤을 보내시기를...
고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시란 무엇일까?
하늘이 내리신 것이 사람이라면
땅 위로 솟아오른 것은 시일까?
사람의 뒷모습엔 시가 꿈틀거리고 있는듯해
시란 내 몸속에 수만 리 이어진 모세혈관일까?
편안한 밤 되시길……!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퇴근길 미용실 바닥에 하얗게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에서 피는 아버지에 대한 사유가 절절합니다.
꾸밈없는 시심이 마음으로 다가오네요.
시인님,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기바랍니다.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고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시인님께서 주시는
격려의 말씀에 힘이 솟아오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시원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