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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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53회 작성일 21-08-04 21:14본문
퇴근길
집 앞 단골 미장원에 갔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새하얗게 센 숨기고픈 지난 세월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나갔다
전신거울 속에 비치는 철없던 아이는
이미 먼 길 떠나간 듯
낮은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래전 어느 여름날
아버지의 낡은 화물 자전거에
짐짝처럼 실려 간 아이처럼
쟁기 같은 꾸둑살 옹이처럼 박여있던
아버지 손잡고 비빔국수 먹으러 가던
그 길가 풍경이 한 올 한 올 하늘거리며
바닥에 하얗게 쌓여가고
집으로 가는 쪼글쪼글해진 길섶에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이
깨어진 보드 블록 틈 사이
꽃대 올린 망초처럼
고개를 올렸다 내밀었다 갸우뚱거리다
어스름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아버렸다
댓글목록
스승님의 댓글
스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제는 비빔국수를 두 개나 먹었습니다.
날건달 시인, 형님처럼 저도 아버님께서 안 계십니다.
만3세 때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거든요.
오늘밤은 참 덥네요.
코비드19를 조심하시고 시원하게 밤을 보내시기를...
고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란 무엇일까?
하늘이 내리신 것이 사람이라면
땅 위로 솟아오른 것은 시일까?
사람의 뒷모습엔 시가 꿈틀거리고 있는듯해
시란 내 몸속에 수만 리 이어진 모세혈관일까?
편안한 밤 되시길……!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퇴근길 미용실 바닥에 하얗게 잘려나가는
머리카락에서 피는 아버지에 대한 사유가 절절합니다.
꾸밈없는 시심이 마음으로 다가오네요.
시인님, 오늘도 평안한 하루 되시기바랍니다.
다음 편이 기다려지네요. 고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께서 주시는
격려의 말씀에 힘이 솟아오릅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시원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