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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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별것도 아닌 사소한 실수로
상사한테 질책을 받는다
왼발 우측 복숭아뼈가 간지러워
뭐 마려운 것 마냥 몸을 배배 꼰다
내가 쩔쩔매는 것처럼 보였는지
상사의 목소리와 제스처가 더 커진다
참기 어려울 정도로 복숭아뼈가 간지러워
손으로 싹싹 빌듯이
반대쪽 다리 정강이에 문질러댄다
살갗이 벗겨져 정체가 타로 난 UFO가
날아올라 상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 힘든 장면에
상사의 입이 벌어져 다물지 못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UFO에서 나온 외계 생명체가
상사의 목젖을 떼어내고는 신줏단지 모시듯
UFO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향한다
여전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상사의 목젖이 있던 자리에
도깨비방망이를 닮은 새 목젖이 자라난다
후렴구 같은 2절이 시작됨과 동시에
오른발 좌측 복숭아뼈가 간지러워
미치겠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약간 코믹한 부분이 있어 감상내내 웃어봅니다.
직장생활 하다보면 상사에게 혼나는 일이 많지요.
공감되는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흥미로움에 잠시 머물었습니다.
늘 건필하소서, 김진구 시인님.
김진구님의 댓글의 댓글

우와! 평소 이장희 시인님의 시를 애독하는 독자로써
제가 쓴 글을 흥미롭게 봐주시고,
댓글까지 달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