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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나비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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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5회 작성일 21-08-10 09:00

본문

다음엔 나비로 한번

 

나비가 꽃을 찾아

이산 저산

지리책을 펴고 다니지 않지

그 흔한 시집(詩集)을 들고 있지도 않네

 

혹시 모르지만 며칠 굶었다고 하기엔

너무 모습이 화려하고 날개 짓도 힘차고 아름답다

 

내게는

지리책, 시집도 있고, 쉴 수 있는 집도 있고

맛좋은 꿀도 아무 때고 사먹을 수 있는데

저 나비보다 행복하지 않게 생각되는 게 뭐야

 

많은 사람들도 훨훨 날며

새나 나비처럼 가볍게 살고 싶다고 쉽게 애길 하지

다음에 태어나면 나비나 새가 되고 싶다고

 

그렇군, 바로 그거야!

매일 세수 안 해도 간섭받지 않고

힘들게 도로여행 안 해도

얼마든지 공중을 날며 가다서다 꽃샘에 고인 양분을 취하고

하는 일 없이 산야를 빈둥빈둥 마음껏 누비며 근심 없이 살아보는 것,

그런 오다가다 만난 어여쁜 연분의 짝도 둘이서만 지어보는 것

부자로 잘 살아보겠다고, 세상과 시대와 소통하겠답시고

머리를 굴리고 온갖 비약한 언어를 쓰겠나

 

반백년을 넘게 살아도 잘 산다 여기기는

짧은 한철 다녀가는 나비만 못하네

사람들아 다음엔 꼭, 나비로 한번 태어나봅시다

 

한철, 아주 짧게 나비로 날아올랐다가

그 기분 얼마나 좋은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이야기하면 되지 뭐

 

장자가 꿈에서 한 일,

그저 생시인 듯

나비가 되어 꿈속을

헤매고 있었어

 

꿈에서 깨어서는

나비의 꿈이 자기 전생의 일인 듯

이승을 헤매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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