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떠나보내는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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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08회 작성일 21-08-10 14:06본문
여름을 떠나보내는 숲에서
땀띠 나는 무더위 피해
한참을 웅크리고 있다가
아침의 단비 그친 오후 기회 삼아
숲으로 왔다
빼곡히 서 있는
물푸레나무 느티나무 벚나무엔 살이 올라
배부른 숲
경사진 너덜겅 바위들 너머로
백 일의 전설 간직한 배롱나무 붉은 혀를 내밀고
풀섶가엔 금계국 노란 빛 이젠 기력 잃어 꽃잎 지고
전에 살던 산토끼 두 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 없다
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을 마련해두는 계절
넝쿨들 더덕더덕 기어오르고 있는
얕은 절벽에 매달린 산비둘기
발은 이끼에 닿아 있으나
눈은 언제나 소나무 위 창공에 닿아 있다
갑작스레 소나기 내린다
배낭에서 비상용 우산을 꺼내어 펼쳤으나
흔들리며 젖어가는 가지와 꽃잎 사이로
불현듯 보이는,
다시 우산을 접어버리는 마음
그만 여름을 보내주려는 마음
저것은
홀딱 젖은 여름이 내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인 것을
내 젖은 마음이 모를 리 없다
툭툭
빗물 털고 현관문 들어서는 내게
어서 밥 먹으라는 말 마중나온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처럼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영사기의 필름처럼
여름이 가고 있네요.
계절이 떠나가는 길목에서 선명한 이미지를 만끽하며
동병상련의 마음도 느끼고 갑니다.
어떤 노래처럼 화요일인 오늘은
정말 비가 내리네요.
수요일인 내일은 빨간 장미처럼
뜨겁고 화사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순 말씀 감사합니다.
여름이 다 지나간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이 시를 쓰면서 여름을 보내드렸네요.
날건달님, 늘 건강하시구요,
좋은 시 늘 잘 읽겠습니다.
스승님의 댓글
스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취월장, 괄목상대네요...
엄청난 대시인을 목격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나친 칭찬은 몸에 해롭습니다,
어쨌든 좋은 뜻으로 알겠습니다.
이 여름의 마지막을 건강히 잘 지내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