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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으로부터 온 편지(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88회 작성일 21-08-11 15:54

본문

  간이역으로부터 온 편지 





  오랜만이로군요.

  요 며칠째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하릴없이 지나간 기억들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비는 그칠 줄 모르더군요.

  앙상한 시(詩)라도 써 볼까 했지만 좀처럼 시(詩)가 되질 않더군요.

  지난밤엔 철도원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내내 기찻길 위로 눈이 내리는 영화더군요.

  슬픈 눈송이처럼 어린 딸을 잃고

  또 착하고 순한 아내마저 떠나보낸 남자의 일생.

  마지막 장면까지도 눈으로 덮이더군요.

  인생은 무엇일까요.

  다 타버린 마음 같은 석탄을 들이부으며

  처음 기차는 가고 또 다음 기차는 오는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런 눈덩이들 굴뚝에다가 퍼붓는 그것일까요.

  왜 우리의 주인공은 항상 고되고 슬퍼야 하는 걸까요.

  지금은 날도 차고 어두운데

  불 위의 작은 양은 냄비에서 숭늉이 끓고 있네요.

  눈 대신 가랑비 내리는 이 밤

  숭늉은 눈치도 없이 냄비의 어깨를 타고 넘쳐흐르는군요.

  아주 오래되고 낡은 이야기지만 믿음에겐, 

  끝내 보답이 따른다고 아버지가 일러주셨지요.

  모든 바라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보답이.

  눈에 덮인 채 쓰러진 철도원의 등을

  무심히 카메라가 원테이크로 잡을라치면

  들판 저 멀리에서

  최후의 마음 같은 석탄을 또다시 퍼부으며

  눈길 속으로 스크린 속으로 기차는 사라집니다.

  당신은, 

  나의 마지막 남은 착한 당신은 여전히 잘 지내시는지요.

  어쩔 수 없이 또 한번 더 겨울입니다만

  눈도 없이 빗줄기만 훌쩍이는 현실의 나날입니다만,

  나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일생 견딤의 날들을 걸어간

  기찻길 위의 저 굳건한 등짝을 바라보아야겠지요.

  그래야만 밤을 꼬박 새워 내린 

  저 빗방울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테니,

  그래야만 뜨거운 것이 내 눈에 고여도 슬프진 않을 테니.

 

  그럼, 철길처럼 굳건하시길 빌며


  인생 가까운 간이역으로부터.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남의 마음에 물 한방울만큼이라도 파도를 일으켰다면,
그 시는 이미 행복에 겨운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저녁 되시길 빕니다.

스승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스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술형으로 문장을 이끄는 힘이 좋습니다.
함축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시를 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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