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으로부터 온 편지(퇴고)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간이역으로부터 온 편지(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89회 작성일 21-08-11 15:54

본문

  간이역으로부터 온 편지 





  오랜만이로군요.

  요 며칠째 겨울비가 내렸습니다.

  하릴없이 지나간 기억들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비는 그칠 줄 모르더군요.

  앙상한 시(詩)라도 써 볼까 했지만 좀처럼 시(詩)가 되질 않더군요.

  지난밤엔 철도원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내내 기찻길 위로 눈이 내리는 영화더군요.

  슬픈 눈송이처럼 어린 딸을 잃고

  또 착하고 순한 아내마저 떠나보낸 남자의 일생.

  마지막 장면까지도 눈으로 덮이더군요.

  인생은 무엇일까요.

  다 타버린 마음 같은 석탄을 들이부으며

  처음 기차는 가고 또 다음 기차는 오는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런 눈덩이들 굴뚝에다가 퍼붓는 그것일까요.

  왜 우리의 주인공은 항상 고되고 슬퍼야 하는 걸까요.

  지금은 날도 차고 어두운데

  불 위의 작은 양은 냄비에서 숭늉이 끓고 있네요.

  눈 대신 가랑비 내리는 이 밤

  숭늉은 눈치도 없이 냄비의 어깨를 타고 넘쳐흐르는군요.

  아주 오래되고 낡은 이야기지만 믿음에겐, 

  끝내 보답이 따른다고 아버지가 일러주셨지요.

  모든 바라는 것들의 보이지 않는 보답이.

  눈에 덮인 채 쓰러진 철도원의 등을

  무심히 카메라가 원테이크로 잡을라치면

  들판 저 멀리에서

  최후의 마음 같은 석탄을 또다시 퍼부으며

  눈길 속으로 스크린 속으로 기차는 사라집니다.

  당신은, 

  나의 마지막 남은 착한 당신은 여전히 잘 지내시는지요.

  어쩔 수 없이 또 한번 더 겨울입니다만

  눈도 없이 빗줄기만 훌쩍이는 현실의 나날입니다만,

  나는 가만히 고개를 들어

  일생 견딤의 날들을 걸어간

  기찻길 위의 저 굳건한 등짝을 바라보아야겠지요.

  그래야만 밤을 꼬박 새워 내린 

  저 빗방울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테니,

  그래야만 뜨거운 것이 내 눈에 고여도 슬프진 않을 테니.

 

  그럼, 철길처럼 굳건하시길 빌며


  인생 가까운 간이역으로부터.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씀,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남의 마음에 물 한방울만큼이라도 파도를 일으켰다면,
그 시는 이미 행복에 겨운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저녁 되시길 빕니다.

스승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스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술형으로 문장을 이끄는 힘이 좋습니다.
함축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시를 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Total 70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7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2 04-13
6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7 08-13
6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10-08
67
잠자리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4 01-11
66
풍선껌 댓글+ 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05-17
6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4-29
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2 05-21
63
귀로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2 01-17
6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6 08-10
6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12-05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8-11
5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 11-17
58
뒷모습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03-26
5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4-20
5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1 01-13
55
베개 이야기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7 11-26
54
지게의 시간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10-07
53
물푸레나무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05-04
5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07-09
5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12-10
5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02-15
49
하루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07-27
48
이력서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4 07-18
4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4-25
4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11-04
4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07-17
44
굴뚝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9-23
43
흔적 없는 삶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2 10-17
42
사람의 아들 댓글+ 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7 08-17
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9-28
4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01-30
3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 12-12
3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06-09
37
안창림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6 08-02
3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10-22
3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10-31
34
열 살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07-08
3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 12-03
32
가을 아침에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9-03
31
벌써 23년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12-09
3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2-12
2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5-29
28
장닭과 아이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6-06
27
발바닥에게 댓글+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1-26
2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9-08
2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7-06
2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6-29
2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5-23
2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5-16
2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7-27
20
요양원(퇴고) 댓글+ 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9-12
1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9-24
1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6-30
17
그런 사람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9-08
1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7-15
15
나무(퇴고)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6-03
14
안시리움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1-16
13
윗동서 형님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9-06
12
경원이에게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8-21
11
나무들 댓글+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8-31
10
야간 근무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11-08
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8-26
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11-18
7
가지 않은 길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1-23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10-07
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 03-19
4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1-27
3
사랑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2-02
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3-15
1
용접 불꽃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3-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